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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전 직원이 트위터를 한다면?



2010년에 썼던 글이다.

첫 문장에서 드러나듯이, 트위터가 대세일 때였다. 2010년은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들어온지 얼마 안된 때였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환경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때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트위터의 영향력은 크게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인의 8%가 트위터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한다. 8%면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그럼에도 페이스북의 30%와 비교하면 월등히 떨어진다. 

IT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추세를 보면, 트위터 사용은 줄고 페이스북 사용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만해도 트위터가 민중의 소리를 담아내고 여론을 형성하고 이끄는 역할을 했었는데, 급격하게 그 위력이 줄었다. 그걸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은 한겨레의 기사도 있었다. (못찾겠다 ㅜㅜ)

여하튼 IT 세상도 워낙 급변하고 있으니 "트위터 하세요"라고 했던 말은 정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잊고 지내던 글인데, 페이스북에 보관해두었던 글을 한번 올려본다.



 요즘 트위터가 대세다. 여기저기서 “트위터 안하세요?”라고 물어보는데 안하자니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고, 하자니 회사의 상사가 나를 팔로(follow)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회사의 전 직원이 트위터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실험을 한 회사가 있다. 일본에 있는 EC스튜디오(www.ecstudio.jp) 라는 회사는 전 직원이 트위터를 활용해 소통을 했다. EC스튜디오는 전 사원이라고 해봤자 33명이 전부인 소규모 IT회사다. 이 회사는 사장인 야마모토 토시유키의 아이디어로 전 사원에 아이폰을 지급해 남들보다 조금 빨리 트위터를 사용했고, 전 사원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트위터를 도입했다. 트위터 활용기를 야마모토 사장이 블로그에 연재하면서 화제가 돼 올 초에 ‘iPhone과 트위터로 회사는 돈을 번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전 사원이 트위터를 이용해 소통하는 회사.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무척 활발해졌다. 하루종일 한 마디도 안하기도 했던 사무실의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야근 중인데 7시쯤 구내식당에나 갈까. 누구 같이 갈 사람?’이라고 한 사원이 트윗을 올린다. 평소에는 말도 잘 안섞던 다른 팀의 직원이 마침 이걸 보고 ‘저도 야근 중. 식당에서 7시에 봐요.’라고 그를 멘션(mention)하면서 두 사람이 교류를 시작하는 식인 것이다. 이 밖에 ‘두통이 낫질 않는다. 약을 먹었더니 졸리기만 해’, ‘내일은 일 끝나면 혼자 술이나 마시러 가야지’ 라는 식으로 트윗을 올리면 동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공유하기가 쉬워졌다고 한다.

회식에 관한 일화는 꽤 재밌다. 술에 취한 신입사원이 회식 도중 사라진 것. 그를 찾기 위해 나선 직원들의 상황보고가 시작된다. ‘화장실에는 없습니다.’ ‘계단에도 없는데요’ ‘앗, 편의점에서 찾았어요!’ 트윗이 몇 분 단위로 올라온다. 다음날 이 신입사원은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는 사진을 찍어 “어제 죄송했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트위터를 통해 선배들에게 사죄의 인사를 올린다. 야마모토 사장은 “이렇게 트위터가 효과를 발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원의 입장에서 보면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트위터를 하자니 내 일거수 일투족이 상사에게 보여지는 것 같고, 안하자니 사장까지 나서는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물론 이 책은 EC스튜디오의 사장인 썼기 때문에 철저하게 CEO의 입장에서 쓰여졌다. CEO는 트위터를 통해 사원들의 속마음을 훨씬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사원들을 다루기가 편리하다. 회의를 하거나 연봉협상을 할 때도 트위터에서 얻은 사원들의 정보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EC스튜디오의 경우 트위터 도입에 앞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실제 일부는 트위터 사용에 동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자유다. 트위터 가입은 의무였지만, 활용여부는 본인의 자유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원칙으로 구속하지 않는 것’이었다. 트윗을 하든 안하든, 사적인 이야기만 하든, 회사 이야기만 하든 절대 터치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의 기밀 정보는 누설하지 말 것’이라는 원칙만 있었을 뿐이다. (EC스튜디오가 트위터를 활용해 본 결과 업무에 대한 것 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고 한다.)

“트위터를 할 시간이 있으면 일이나 하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트위터는 짬이 날 때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업무에 지장을 주기보다는 최신 정보를 얻거나, 몰랐던 것을 물어보거나, 생각나는 것을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데 오히려 유용하다. 아무리 바쁜 사람도 이동 중에 기다리는 시간이나 밥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 짬은 난다.

야마모토 사장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잘 나가는 회사의 필수요소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 사내 정보교환 등은 기업의 활력이다.”라면서 “트위터의 진미(眞味)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다.

회사의 규모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당장 트위터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당장 팀이나 부단위로 트위터 소통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사내 소통이 활발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외부 PR 효과는 덤이다.

 

 

*** 모 사보에 의뢰 받아 쓴 글입니다. 원고지 10장 정도 되네요.

*** 몇 달 전에 읽은 책인데 다시 책장에서 꺼내서 읽었습니다. 서둘러 쓰느라 조금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기자는 마감이 중요!!!! 

*** 트위터는 철저하게 퍼블릭에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툴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특히 유명인의 경우 트위터의 마약에 빠져 한 순간의 트윗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트윟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EC스튜디오의 사례는 매우 용감하고도 과감한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꼭 트위터가 아니더라도, 폐쇄형 SNS 서비스가 있으니 회사에서는 SNS를 통해서 사내 소통을 강화해보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